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에어버스(AIRBUS). 에어버스는 프랑스를 주축으로 1969년 A300을 개발하면서 본격화된 국제 컨소시엄 형태의 기업입니다. 보잉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항공산업에 맞서 유럽 항공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비록 뒤늦게 출발했지만 현재는 미국의 보잉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이루기도 했죠. 그 이면에는 에어버스에서 이루어 낸 혁신들이 한몫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혁신이 있었는지 한 번 체크해 볼까요?
1_국제적 제작 시스템
(International Production System)
보통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죠. 에어버스 컨소시엄 역시 본격적으로 출범하자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 이 '사공 많은 배'는 보기 좋게 성공했습니다. 콩코드 프로젝트처럼 작은 규모의 협업은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는 처음이었습니다. 어쨌든 탑승객 300명 규모의 여객기인 A300 개발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당시 에어버스 파트너로는 수드 에비에이션, 노르드 아비에이션과 독일 에어버스 컨소시엄 등이 있었는데,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각 업체들이 제작한 동체 섹션을 트럭과 선박을 통해 최종 조립공장으로 운송했습니다. 비좁은 마을 도로에 거대한 날개를 실은 트레일러가 지나는 이색적인 풍경도 이때 나온 것이죠. 또 슈퍼구피 화물기 등도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개선하는 등 혁신을 이루어냈습니다. 현재 에어버스의 최종조립시설은 툴루즈 외에도 중국 텐진, 미국 앨라바마 등에 위치해있으며, 지금은 벨루가 XL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_플라이-바이-와이어
(fly-by-wire)
'힘'으로 밀고 당겨야 했던 기존 유압/기계식 조종간에서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컴퓨터 제어 방식의 조종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명 '플라이-바이-와이어' 시스템으로서 A320은 이러한 디지털 비행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된 첫 여객기였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사이드스틱은 에어버스의 아이콘 중 하나가 됐죠. 사이드스틱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도 있지만, 어쨌든 전직 콩코드 기술자로부터 개발된 이 기술 덕분에 조종석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3_전면 콕핏 시스템
(Forward-Facing Crew Cockpit)
이름이 조금 웃기긴 한데...쉽게 말해 항공기관사를 포함한 기존 3인 승무원 시스템에서 2인 시스템으로 바뀐 것을 의미합니다. 에어버스가 A310에 전면 콕핏 시스템을 채택하기로 했을 때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조종사 노조들은 말이죠. 이러한 시스템은 이후 보잉에서도 B767에서 채택했고 지금은 초대형기인 B747, A380에서도 조종사가 둘이 앉아 있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4_복합소재
(Composite Primary Structure)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복합소재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제작사가 바로 에어버스였습니다. A310은 탄소섬유로 제작된 수직꼬리날개를 가진 첫 항공기였습니다. 덕분에 무게를 20%나 줄일 수 있었고, 이후 복합소재의 적용은 전체 기종으로 확대됐습니다. 최신 기종인 A350은 기체의 53%가 복합소재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별 감흥이 없는 분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복합소재의 적용은 의외로 어려워서 한동안 그 비율이 높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복합소재와 기존 금속소재를 이어붙이는 것이 어렵다고 하네요.
5_공통 타입 레이팅
(Common Type Rating)
항공기는 자동차와 달리 "오~ 네 비행기 멋진데? 한 번 몰아보자"가 안 됩니다. 기종별로 조종 시스템이나 비행특성 등이 달라 조종사는 기종 전환 시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죠. 에어버스는 A300을 개발 때부터 파생형을 염두에 두고 각 기종이 최대한 시스템을 공유하게끔 했습니다. 이런 장점은 항공사들이 환영할 만한 부분이죠. 조종사 훈련과 운용 등에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타입 레이팅으로 조종사는 A320 4개 기종과 A320neo 3개 기종을 몰 수 있으며, A330, A340, A350도 같은 타입레이팅을 공유합니다.
6_고압의 유압 시스템
(High-Pressure Hydraulics)
보통의 항공기들은 3,000psi가 일반적이며 콩코드가 조금 높은 4,000psi를 사용했었답니다. 여기에 A380은 5,000psi의 유압시스템을 가진 첫 민항기였습니다. 고압의 유압시스템 덕분에 항공기의 유압시스템이 간소화되어 A380에는 2개의 유압관과 2개의 전기관이 배치됐습니다. 이러한 '2H2E 시스템'은 최신 기종인 A350에도 활용됩니다.
7_더블데크 객실 구조
(Double-Deck Fuselage)
'2층 비행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씩은 해봤나 봅니다. 보잉 747은 물론 록히드 L500, 맥도넬더글라스 MD-12 등에서도 모두 고려됐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결국 기술이나 '돈' 문제로 취소됐습니다. B747에서 복층을 선보였지만 진정한 의미의 2층 객실 구조는 A380에서 실현된 셈입니다.
비행기에서 복층 객실은 단순히 객실을 곱배기로 얹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좌석 배치, 인테리어 그리고 안전문제 등에서 기존에 없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해진 시간(90초) 내에 모든 승객을 탈출시켜야 한다는 규정 같은 것이죠. A380 개발 과정에서 항공기 객실 설계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고 합니다.
8_활주로 과주 방지
(Runway Overrun Protection)
이 기능은 항공기가 실제로 필요한 착륙거리를 미리 계산한 후 현재의 항공기 속도, 고도, 무게 그리고 활주로 상태 등을 감안해 가능한 착륙 거리를 계산합니다. 만약 활주로가 짧다면 조종사에게 경고를 표시하고 그럼에도 착륙을 강행할 경우, 가능한 한 짧은 거리에서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입니다. A380은 이 기능이 설치된 최초의 기종으로 이후 A350과 A320neo, A330neo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항공 기술을 보면 앞으로는 조종사 자격증 없이도 누구나 승용차 몰듯 비행기를 몰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나 몰고 다니는 시대는 쉽게 오지 않겠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말이죠.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아지 알약 먹이는 방법 (0) | 2020.03.17 |
---|---|
어린아이들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 (0) | 2020.03.17 |
무선전자기기 원리 (1) | 2020.03.17 |
고압전류를 직렬로 보낸다면 (0) | 2020.03.17 |
태양광에너지 태양열의 차이 (0) | 2020.03.17 |